윤치술 교장산악인과의 대화

[윤치술 칼럼 <3>] 그대의 배낭

서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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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6 11:19

인류가 만든 운반도구로 ‘끌어서’ 옮기는 수레와 더불어 ‘짊어져서’ 옮기는 지게가 있다. 배낭과 유사한 지게는 짐을 얹는 선반의 위치가 우리 몸 등판의 중간 정도에 있다. 이유는 허리 위로 올라 갈수록 무게를 덜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낭을 꾸릴 때 가벼운 것은 아래로, 무거운 것은 위쪽에 넣으라고 한다.

배낭을 어떻게 꾸리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메느냐인데, 가끔 TV에 유명 산악인조차 배낭을 제대로 메지 못하고 대중 앞에 서는 모습이 마뜩찮아 보기가 불편하다. 가장 좋은 교육은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배낭을 올바르게 메지 못하면 몸에 무리가 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책은 배낭에 달려 있는 끈들에 있다.

첫째, 배낭이 허리 위로 올라붙게 메지 못함에 있다. 허리 아래로 처지게 되면 무게가 가중되어 고개를 앞으로 쭉 빼서 걷게 되고, 이는 자라목 현상과 더불어 척추질환을 유발시킨다. 이는 체력이 약한 중장년과 여성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자세다. 또한 넘어졌을 때 배낭과 몸이 따로 움직여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때 멜빵끈을 몸 뒤쪽으로 끌어당기면 배낭은 허리 위로 올라간다. 아래쪽으로 당기면 절대로 올라가지 않는다. 설마 누가 이런 걸 모를까 싶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이 별 생각 없이 배낭을 처지게 메고 다닌다. 호기심을 지식으로 만들고 경험을 쌓아 지혜를 가져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

둘째, 배낭 가슴 끈은 가슴 바로 위에 수평이 정확히 맞도록 가로질러 있어야 한다. 그런데 끈이 심하게 엇 가로지르거나 위치 선정이 잘못되면, 특히 여성의 경우 보기 민망한 상황을 연출한다. 그런 이유로 많은 여성분들이 배낭의 가슴 끈을 풀고 다닌다. 이렇게 되면 멜빵이 양 옆으로 벌어져 무게를 느끼고 어깨 통증을 유발하며 배낭이 흔들려 체력 소모가 많아진다.

필자가 수많은 강연에서 시범을 보이는데 가슴 끈이 위아래로 움직여 수평으로 맞추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분들이 많았다.

이외에 배낭을 등판에 밀착시켜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어 주는 옆 끈과 허리를 감싸 험한 지형에서 흔들림을 막아 주고 골반에 걸쳐 어깨에만 걸리는 무게를 분산 시켜 주는 허리벨트의 활용은 산행을 한결 안전하고 즐겁게 만들어 준다. 나는  값비싼 배낭을 메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좋은 배낭을 제대로 바르게 메라는 것이다.

배낭은 우리가 자연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을 담는 그릇이다. 올바르게 배낭을 메는 것은 육체 건강에 도움을 주고, 어떠한 생각을 담느냐에 따라 가을 들판처럼 정신은 비옥해질 것이다.

나는 지난날의 30대가 지금인 듯 변치 않는 마음으로 행복한 산길걷기를 이어가고 있다. 생활 속 아픔과 시련을 배낭에 담아 가 자연에 투정하듯 뿌려 놓으면 어머니의 품같이 너르고 깊은 산은 아프지 말고 슬퍼하지 말라며 내 어깨를 다독거려 준다. 그 따스한 위로를 배낭 한가득 담아 돌아오는 먹먹한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그대의 배낭 안에는 무엇을 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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