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술 교장산악인과의 대화

[윤치술 칼럼 <9>] 트레킹 사용 설명서

서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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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6 11:27

히말라야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
트레킹Trekking은 등산Climbing에 비해 다소 온건Moderate하고 걷기Walking보다는 사뭇 확장된Extended 형태의 행위이다. 기술이나 장비는 비슷하나 자연을 대하는 철학과 목적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입산入山으로 갈음할 수 있다.

Before Trekking

그리움은 준비다. 지도 위를 손가락으로 미리 걷는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앞세운 부실한 체력의 산행은 버겁다. 평소 꾸준히 움직여 몸을 가볍게 만든다. 산은 국지성이 강하므로 날씨가 궂다. 눈비는 체온을 낮추고 물건들이 젖으면 제 기능을 못 하므로 위험에 빠진다.

꼼꼼하게 챙긴 방수와 보온은 변덕스런 날씨에도 쫓기듯 피할 일이 없다. 오히려 경험하지 못한 다른 모습의 자연을 당당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나뭇잎에서 구르는 빗방울과 비를 피해 날아가는 새들의 몸짓, 숲을 적시는 빗소리와 계곡의 커다란 물소리, 겨울의 은빛 능선은 준비된 자가 만나보는 새로운 우주가 된다.

Happy Trekking

행복Happiness의 어원語源은 Happen의 ‘일어나다, 발생하다’이다. 아등바등 얻어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신선 ‘선仙’을 뜯어보라 사람이 산에 든다는 것은 신선이 되는 격格 있는 일이다. 쉴 ‘휴休’는 또 어떤가? 지친 영혼과 육체가 나무에 기대어 쉰다는 뜻으로 숲은 편안함과 위로가 되는 것이다. 거친 등산登山 하지 마라. 몸과 마음 다친다. 아름다운 입산入山하라. 푸근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것이다. 한 줄기 바람과 한 점의 구름, 한 올의 숲향에서 삶의 기쁨을 노래하라. 그러면 행복은 새록새록 일어난다. 하루의 산행이 한 수레의 책보다 낫다고들 하지 않은가?

After Trekking

삶이 팍팍하다고 느낄 때 가끔씩 추억의 서랍을 열어 보라. 좋은 산행은 언제든 꺼내 보듬을 수 있다. 한여름 사무실에서 흰 눈 펄펄 날리는 태백산을 알싸한 바람 안고 걸을 수 있으며, 겨울날 출근길에서는 무주구천동 계곡에 발 담그고 있는 환한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 이 어찌 ‘개이득’이 아닌가? 잘 준비하고 정성으로 만나 볼 일이다.

많은 시간이 지리산 장터목의 구름처럼 흘러가고 불현듯 그리움에 뒤돌아볼 적에 자연과의 곰삭은 우정을 담은 아름다운 회상回想의 힘, 그 힘은 우리 서정抒情의 우물을 결코 마르지 않게 하리라.

※주의_본 제품은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산악인이 사용할 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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