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곤 대장산악인과의 대화

[김미곤 14좌 완등| <5> 인터뷰] "즐기다 보니 14좌 완등했더라"

관리자
  • 587
  • 0
  • 0
2019.03.06 17:12

애초 목표 잡은 것 아냐… 대학산악부 시절 열정 20여 년째 그대로 간직

 “14좌 완등을 목표로 등반을 한 건 아니에요. 히말라야를 갈 때마다 회사에 이유를 설명하고 허락 받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14좌를 하겠다고 한 거예요. 그러면 원정을 가기가 더 쉬울 테니까요. 이젠 회사에 어떻게 얘길 하고 히말라야에 가야 하나 걱정부터 들어요.”

[김미곤 히말라야 14좌 완등 특집 | <5> 인터뷰]
네팔 귀국 다음날 블랙야크 본사에서 만난 김미곤 대장. 20년 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해외원정에 나서 14좌 완등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김미곤(45) 대장은 산에 가기 위한 핑계가 필요했고, 그것이 14좌였다. 그는 “기록을 위해 산을 가는 것이 아니라, 산이 좋아서 간다”고 말한다. BC로 가는 과정인 캐러밴도 좋고, 그 속에서 현지인들과 교감하는 것도 좋고, 갔던 산을 다시 가는 것도 좋다고 얘기한다. 사실 예전에 비해 14좌 완등의 희소성과 대중의 관심이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그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지난해 정상을 포기했던 낭가파르바트 등반에서 보여 주듯, 기록을 위해 지나친 위험으로 스스로를 내몰기보다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등반을 지향해 왔다.

1998년 첫 고산등반을 시작한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외원정을 다녀온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그는 고산등반과 해외원정등반을 정말 좋아하는 산악인이다. 후배일 때는 선배들을 도와 등반에 나섰고, 선배일 때는 후배들을 이끌고 매년 원정에 나섰다. 가정을 꾸린 직장인이 매년 원정비용을 마련하기 벅찼을 텐데 그는 탁월한 인맥과 친화력으로 후원과 지원을 이끌어냈다. 20년간 성실한 자기관리로 조용히 14좌 완등이란 결과를 끌어냈다.

김미곤은 지리산 자락인 전북 남원 인월이 고향이다. 중학교 때부터 뒷산 타듯 친구들과 매년 지리산 종주를 즐겼다.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담력이 강했던 그는 태권도와 합기도 선수의 길을 가고자 했다. 하지만 키가 작은데다, 일반 체육관 출신이 체육고 출신을 제치고 대학에 진학하기는 어려웠다. 재수에도 실패하고 체대를 포기한 그는 1994년 광주 서강정보대(현 서영대) 사무자동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공부가 아닌 산에 몰두했다. 대학산악부에 가입해 ‘한 해 100일 산행’을 목표로 쉼 없이 산을 올랐다.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힘이 좋았기에 단연 눈에 띄었고, 1998년 알프스 3대 북벽원정 대원으로 발탁되었다.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완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히말라야를 오를 기회가 주어졌다. 산악부 선배인 나관주의 도움으로 한왕용 대장의 마나슬루 등반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등정은 이루지 못했지만 첫 8,000m 고산 원정이었다. 이후 그는 한왕용 대장, 김홍빈 대장, 한국도로공사 산악팀을 비롯 많은 선후배 산악인들과 함께 해외고산을 누볐다.

14좌 완등을 꿈꾸게 된 시점은? 

[김미곤 히말라야 14좌 완등 특집 | <5> 인터뷰]
김미곤 대장은 “기록을 세우기 위해 산에 가는 것이 아니라, 산이 좋아서 간 것”이라 말한다.
“대학산악부 시절인 1995년 라인홀트 메스너가 쓴 <검은 고독 흰 고독>을 읽으면서, 정말 히말라야 고봉을 등반하고 싶었어요. 14좌가 아닌 그 이상의 어떤 등반을 하고 싶었죠. 당시 제가 그런 말을 하니 다들 저를 정신병자로 여겼어요.”

14좌 완등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전혀 없었어요. 기한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니고, 협찬사인 블랙야크에서 제게 부담을 주지도 않았어요. 저는 그저 등반을 즐겼을 뿐입니다.”

14좌 완등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나? 

“특별히 가치를 부여하진 않았어요. 저는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등반하거나, 누구와 경쟁을 하면서 등반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14좌 마지막 정상에 섰을 때 기분은?

“시원섭섭했어요. 제가 꼭 14좌를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에요. 단지 산을 가고 싶었고, 산을 가기 위한 변명거리가 필요했어요.”

14좌 완등에 도움을 준 산악인은 누구?

“한왕용·나관주 선배예요. 저를 처음으로 히말라야로 이끌어주었어요. 두 분은 제 스승이라고 생각해요.”

존경하는 산악인은?

“폴란드 산악인 예지 쿠쿠츠카.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는 진정한 알피니스트입니다. 다른 산악인들은 약간 등반을 연예인 활동하듯 한 것 같아요.”

14좌 등반을 통해 배우거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인간은 자연 앞에 서게 되면 순수해지는 것 같습니다. 국가, 문화, 종교를 초월해 서로 친해지게 되죠. 앞으로도 산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싶습니다.”

김미곤 대장만의 등반 철학은?

“제게 등반은 즐기는 대상이에요. 기록을 세우기 위한 수단이나, 정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14좌도 산이 좋아서 다니다 보니 하게 되었어요. 만약 14좌를 목표로 했다면 더 빨리 끝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등반계획이 있다면? 언제까지 등반할 것인가?

“계속 등반하고 싶습니다. 미등정봉도 좋고, 일반인들과 같이 오를 수 있는 산도 좋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등반을 하고 싶습니다. 또 제가 히말라야에 다니면서 선배들의 도움으로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냈던 것처럼, 후배 산악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등반을 하고 싶습니다. 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멘토가 되고 싶습니다. 제 체력이 다할 때까지 등반을 하고 싶습니다.” 


전체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