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곤 대장산악인과의 대화

[김미곤 14좌 완등| <3> 낭가파르바트 등반기] 청빙靑氷도 막지 못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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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6 17:11

낭가파르바트 神이 허락한 듯 날씨 맑아… 마지막 14좌 마침내 등정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향해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는 김미곤 대장.

5월 30일 이른 아침 인천공항. 본대가 먼저 나가고 나는 후발대로 출발하기로 했다. 6월 4일 밤 9시30분,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는 우리 대원들과 현지 스태프들이 마중 나와 있다. 다음날부터 바로 캐러밴이 시작된다. 현지 준비는 모두 끝났다.

새벽 4시에 기상해 움직인다. 낯설지 않은 파키스탄의 풍경에 정감이 간다. 칠라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또다시 지프차로 3시간을 이동해 디아미르에 도착해 도보 캐러밴이 시작된다. 첫날 야영지인 세르 캠프까지는 굉장히 덥다. 그 곳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조금 선선해진다.

6월 7일 베이스캠프Base Camp에 입성한다. 스위스와 국제원정대, 두 팀이 이미 들어와 있었고, 다른 팀 대원 한 명이 우리와 같이 BC에 들어간다. 베이스캠프 정리를 하고 C1(캠프1, 보통 캠프4까지 설치하고 정상 도전에 나선다)으로 전 대원이 첫 운행을 나선다. 눈은 전에 비해 많지 않다. C1까지의 등반은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다. 다른 팀들도 C1까지만 진출했다. 그들은 개인 장비 이외에 아무런 장비도 가져오지 않았다. 우리 팀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C1에 도착해서 다른 대원들을 기다리다, 차라리 싼누와 함께 C2로 향하는 루트를 개척하기로 했다. 예정에 없었지만 로프 4롤을 가지고 C2 쪽으로 고정로프를 설치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하루 만에 C2까지 고정로프 설치

6월 13일 또다시 전 대원이 C1으로 향했다. 어제 하다 만 C2로의 고정로프를 설치하기 위해서다. BC에서 오전 6시 출발, C1 오전 8시 도착. 싼누, 아궈 그리고 파키스탄 고소포터가 C2로 먼저 출발한다. 싼누와 나는 안자일렌 방식으로 고정로프를 설치하기로 했다. 오랜 등반으로 만들어진 믿음 덕분이다. 어느 정도 오르다보니 우리 앞에 스위스팀 대원들이 보인다. 그들은 알파인스타일로 등반한다고 했는데 속도가 나질 않나보다. 우리가 그들을 따라 잡자 그들은 중간에 짐을 데포하고 BC로 내려가 버린다.

원래 계획은 C2까지 고정 로프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2~3일로 잡았는데 안자일렌 방식으로 작업을 하니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로프 수송조가 우리를 따라 오지 못하고 있다. 싼누와 나는 오늘 늦더라도 C2까지 고정 로프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온 세상이 어두운 새벽녘, 헤드램프를 켜고 정상을 향하여 오르고 있다.
온 세상이 어두운 새벽녘, 헤드램프를 켜고 정상을 향하여 오르고 있다.

마침 날씨도 도와준다. 그런데 고소포터와 대원들이 빨리 움직여 주질 않는다. 암벽구간은 모든 대원과 고소포터를 내려 보내고 둘이서 뚫고 올라갔다. 체력적으로 약간 힘들었지만 C2까지 로프작업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후 6시에 C2에 도착했다. 싼누와 나는 가지고 온 장비를 C2에 데포하고 BC까지 내려갔다. BC에 도착하니 저녁 8시였다. BC에서 다른 팀 대원들이 우리의 등반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루 만에 C1에서 C2까지 고정로프 작업을 끝낼 수 있냐면서 우리를 미친 원정대라고 한다.

우리 팀은 3개조로 나눠서 운행을 했다. 그런데 대원들이 힘들어 한다. 특히 C1에서 C2구간이 문제다. 원래 계획은 C2까지 고정로프를 설치해 놓으면 B조, C조가 C2까지 식량과 장비를 올려놓기로 했는데, 대원들의 컨디션과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그래서 C2에 올라가다 중간에 데포를 해놓고 내려와야만 했다.

우리는 다른 팀들에게 우리가 설치한 로프를 이용하려면 로프 사용료를 내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스위스팀과 약간의 마찰이 일어났고, 스위스팀 리더가 우리 로프를 끊어버리겠다는 말까지 나와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파키스탄 경찰이 중재에 나서 스위스팀 리더가 사과하면서 일단락되었다.

6월 21일 오후 C1에 오른 뒤, 다음날 새벽 4시30분 C2로 향했다. C2에 도착하니 날씨가 안 좋아진다. 그래서 C3 진출을 포기하고 캠프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싼누와 둘이 얼음을 깎아내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3시간을 깎았는데 겨우 텐트 한 동을 칠 수 있었다. 눈이 내리는데 대원들이 오질 않았다. 아궈, 욱현 순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태현이 올라오질 않는다. 무전을 하니 많이 지쳐 있다. 고소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올라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조금씩 눈이 내린다. 저녁이 되면서 눈발은 더욱 굵어진다. 태현이 많이 지친 상태로 캠프에 도착했다.

밤새도록 눈이 내린다. C3로 고정로프 설치 작업을 하러 나서야 되는데, 새벽 5시에도 눈이 내린다. 그래서 그냥 대원들에게 푹 쉬라고 했다. 오전 11시 30분, 갑자기 날씨가 좋아졌다. 그래서 싼누와 나는 점심도 먹지 않고 서둘러서 장비를 챙겨 C3로 향했다. 눈이 무릎까지 빠진다. 우리는 로프를 두 롤씩 메고 올랐다. 다른 대원들은 암벽 밑에 데포해 놓은 장비를 가지러 내려갔다. 그래서 싼누와 둘이서 루트작업 나갔다. 그런데 벨기에 대원이 로프를 메고 200m 정도 따라 올라오더니 내려놓고 하산해 버렸다.  그가 가지고 온 로프까지 메고 루트 작업을 해야 했다.

C3까지 로프가 부족하다고 무전을 하니 아궈가 로프를 가지고 올라왔다. 싼누와 나는 1시간가량 기다린 후 아궈에게 로프를 받아 C3까지 로프를 설치하고 오후 6시 넘어서 다운을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6시 또다시 C3로 향했다. 바람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어제 못다 한 작업을 마치기 위해 계속 올랐다. C3를 지나 C4 쪽으로 300m가량 로프를 더 설치한 후 BC로 하산했다. 이제 C3까지 짐수송을 하고 캠프를 구축한 후 정상공격을 하면 된다.    

등정 후 하산하다 정상 100m 밑에서 등정을 위해 오르고 있는 이란 대원과 벨기에 대원을 만났다.
등정 후 하산하다 정상 100m 밑에서 등정을 위해 오르고 있는 이란 대원과 벨기에 대원을 만났다.
정상 등정 후 C4에 도착한 필자.
정상 등정 후 C4에 도착한 필자.

다음날인 25일, 한국에서 트레킹 손님이 온다고  해서 힐링도 할 겸 세르 캠프로 하산했다. 한국에서 어린 두 친구가 온다. 그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리라. 세르 캠프에서 그들과 만나서 26일 함께 BC에 들어갔다. 어린 두 친구가 오면서 BC에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날씨는 그런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날씨가 안 좋으니 스위스팀도 철수하고 국제팀 대원 2명도 내려갔다. BC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매일같이 눈이나 비가 내렸다.

벌써 7월이다. 그런데 날씨가 우리를 도와주지 않아 계속 BC에서 대기 상태다.

7월 2일 우리 회사 직원들이 BC를 방문했다. 이제 BC에 한국 사람만 20명 가까이 모였다. 매일 날씨 데이터를 받지만 기회가 없다. 다행히 7월 7일과 8일은 날씨가 좋다는 데이터를 받고 D-Day를 8일로 잡고 준비했다.

7월 4일 C1에서 무전이 왔다. 고소포터가 다리가 아파서 C2를 못 간다고 했다. 어쩌란 말인가? 이번 등반에서 계속 고소포터가 문제를 일으켰다. 한 명은 C1까지만 가고, 이제 나머지 한 명도 정상공격을 앞두고 C2를 못 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뼈아픈 결정을 했다. 정상 공격대원을 나, 아궈, 싼누만으로 하기로 했다.

7월 6일 새벽 4시 30분, 싼누와 나는 BC를 출발했다. 이미 새벽 2시에 C1에서 아궈, 이태현 대원이 C2로 출발했다. 나와 싼누는 오후 12시에 C2에 도착했다. 다음날, 계획을 변경해 최소의 짐을 가지고 C4로 바로 가기로 했다. 새벽 3시에 출발해 C4까지 바로 가니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러셀을 하면서 고정로프를 설치하면서 가니 시간과 체력 소모가 심했다. 오후 2시 C4에 도착해 캠프를 구축했다. 오후 5시를 넘어 텐트에 들어갔다.

고민을 해본다. 오늘 저녁에 정상으로 향할지 내일 향할지. 아궈가 오늘은 너무 힘드니 내일 저녁에 정상 공격을 하자고 했다. BC와 연락을 하여 날씨 데이터를 받았다. 9일 오전에는 날씨가 괜찮다고 했다. 우리는 8일 저녁에 출발하기로 했다.

C4에서 기다리다 정상 공격

8일 아침, 정상 쪽은 약간의 바람만 불 뿐 날씨는 정말 좋다. 다만 내 마음이 좋지 않다. 만약 내일 날씨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하지? 오후가 되니 역시 안개가 끼고 날씨가 안 좋아졌다. 햇볕은 강렬했다. 텐트 안에 있기가 힘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먹을 것도 없다. 단 하루의 식량으로 이틀 동안 나눠 먹으니 체력이 걱정이다.

베이스캠프에서 짐을 정리하는 원정대.
베이스캠프에서 짐을 정리하는 원정대.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오른 필자.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오른 필자.

오후 4시, 약간의 바람과 안개가 낀다. 하지만 텐트 안의 온도는 30℃가 넘어가고 있다. 앉으면 머리는 뜨겁고 발은 시리다. 옆 텐트는 조용하다. 7,000m대에서 이틀째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데 몸에 힘이 별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치의 식량으로 이틀째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식단은 네팔식으로 약간의 육포와 콩볶음, 그리고 밀가루 튀김이 전부다.

현재 C4에는 한국원정대 대원 4명과 국제원정대 대원 3명뿐이다. 조용하다. 오늘밤 날씨가 허락한다면 정상을 향해 전진할 것이다.  오후 7시쯤 출발할 계획이다. C4에 있는 7명 중 6명이 정상으로 향할 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나를 바라보고 내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팀은 아니지만 나의 작전과 등정 여부에 따라 여기에 있는 등반가들의 승패가 달려 있기도 할 것이다.

원래 이태현 대원도 같이 정상 공격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C2를 출발하며 신발에 문제가 생겼고, C4에 올라오면서 체력소실이 너무 심해 안전을 위해 C4에 머물며 우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7,000m 고도에서 생활이 처음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보기보다 체력이나 정신력이 아주 강한데다 끈기도 있고 승부욕도 강한 것 같다. 보기 드문 젊은 산악인이다.

오후 5시가 넘어가자 막내인 이태현 대원이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는 정성스럽게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고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저녁으로 내어 준다. 오후 7시 나, 셰르파 싼누, 대만 대원 아궈 셋이서 출발했다. 국제팀 대원들은 우리와 거리를 두고 따라온다. 태양은 서쪽 하늘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랜턴이 필요 없다. 무전기 너머 BC는 벌써부터 정상 공격 준비를 끝낸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느 정도 걷다 보니 날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랜턴을 꺼내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직까지 우리는 옆으로 트래버스를 하고 있는 중이다. 뒤를 보니 국제팀 대원 3명이 따라오다가 한 명은 멈춰버리고 2명만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 출발할 때보다 거리가 더욱 더 멀어지고 있다. 어느 정도 트래버스를 하다 본격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발밑은 이제 눈이 아니라 얼음으로 덮여 있다. 저 멀리 BC 쪽의 불빛이 보인다. 이제는 등 뒤에서 별빛과 BC의 불빛이 우리를 지켜볼 것이다. 그 불빛을 자일 파트너 삼아 안정감 있게 오른다. 속도가 빠른 편이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우리의 위치가 변하고 있다. 이 속도라면 내일 아침 6시면 정상에 서게 될 것이다.

낭가파르바트 베이스캠프 전경.
낭가파르바트 베이스캠프 전경.

안자일렌으로 위험구간 돌파

싼누, 나, 아궈는 안자일렌을 한 상태다. 그런데 자꾸만 아궈가 뒤로 쳐졌다. 속도가 조금씩 느려진다. 뒤를 돌아보니 아궈가 힘들어하고 있다. 그는 계속 “Sorry slowly!”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등반하다 보니 나의 리듬이 깨져버렸다. 내 몸이 힘들어한다. 속도는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이곳에서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C1까지 몇 초 만에 내려가게 될 것이다. 정신 차리고 가야 한다. 중간 지점 빙벽 옆 바위에 매달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재정비를  했다.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었다. 하늘은 아직도 캄캄하다.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니 몇 천m 떨어진 BC의 불빛이 안도감을 전해준다.

오를수록 경사는 급해지고 청빙구간으로 변해 있다. 올해는 유독 눈이 없어 속도는 나지만 많이 위험하다. 일반적인 팀 같으면 고정로프를 설치하면서 올라 갈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럴만한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래서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정상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밤 1시가 넘어간다는 BC에서의 무전이 들린다. 어느 순간 몸이 무기력해졌다. 몸의 리듬이 깨져서 많이 힘들더니 속도가 나질 않는다. 국제팀 대원 두 명이 우리 100m 뒤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속도가 엄청 늦어진 것이다. 속도를 내려고 하는데 아궈가 따라 오지 않는다. 아궈와 연결된 로프가 자꾸만 나를 잡아당긴다. 그 순간순간 나의 리듬이 깨진다. 무전기 배터리를 두 번째 교체하고 있다. 몸속에 품고 가도 배터리가 빨리 없어졌다.

달이 뜨고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새벽 4시가 다 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BC에서 우리가 올라가는 방향이 잘못 되었다고 계속 무전을 보내왔다. 나는 그 말을 참고만 할 뿐 정상을 향해 스스로 판단하며 올라야만 한다.

아침 6시. 정상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왔다. 평지라면 30분이면 갈 거리이다. 하지만 여기는 8,000m. 몇 발자국 움직이고 멈추고, 다시 몇 발자국 움직이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아침 8시, 정상과의 거리는 이제 50m정도다. 그런데 너덜지대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힘들다. 8시 20분, 싼누와 나는 드디어 8,125m정상에 섰다. 등 뒤쪽이 디아미르, 앞쪽이 루팔, 오른쪽이 마제노 능선이다. 하늘은 파랗다. 신이 우리를 반기는 걸까? 바람이 아주 약하게 불 뿐 날씨는 아주 좋다. BC에 무전을 하고 정상에서 할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아궈도 30분 뒤 올라와 등정의 기쁨을 함께 했다.

아궈와 나는 정상에 나란히 같이 서서 사진을 찍자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한국과 대만의 아시아 평화원정대다. 오랜 등반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우리는 발길을 재촉해 베이스캠프로 하산했다. 당일 저녁 9시,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니 현지 경찰들이 총을 쏘며 축하하고 현지인들도 한마음으로 기뻐해 주었다. 이렇게 14번째 8,000m 봉우리 등반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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