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산악인과의 대화

엄홍길휴먼재단의 휴먼스토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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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6 17:59

네팔 대통령을 감격시킨 휴먼재단의 학교 짓기

 “네팔 오지에 학교를 짓는다는데, 차도 다니기 힘든 곳에 건물을 지을 수 있겠어?”

 “학교를 지어놓으면 뭘 해. 학교가 계속 운영되기나 하겠어?”

엄홍길휴먼재단에서 휴먼스쿨을 짓겠다고 했을 때, 기뻐하는 사람보다 염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2008년 5월에 만들어진 휴먼재단은 3년이 지난 지금 네팔 오지에 두 곳의 학교를 지었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학교인지, 네팔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학교인지 알아보았다.

지난해 타르푸 초등학교의 기공식. 한국국제협력단과 라이온스클럽354D지구의 후원으로 완공할 수 있었다.

2007년 8,000m 16개 고봉을 오른 엄홍길 대장은 2008년 5월, “산에서 내려와 인생의 16좌를 오르겠다”고 선언하며 휴먼재단을 만들었다. 휴먼재단을 만든 까닭에 대해, 그는 산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제가 어떻게 16좌를 해냈는지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한번은 히말라야 정상 부근 빙벽에서 엉덩이만 겨우 걸치고 앉을 정도로 작은 홈을 파고 밤을 새웠어요. 상상할 수 없는 추위와 고통이었어요. 잠들면 죽는 거였죠.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정말 두려웠어요. 그때 ‘산신님, 저를 살려 보내준다면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간절히 기도했어요. 목숨을 걸고 약속했기 때문에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했고, 약속을 지키려고 휴먼재단을 만든 거예요.”

휴먼재단은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과 사랑을 나눠주자’는 취지로 설립된 단체다. 재단에서 첫 번째로 추진한 사업이 네팔 히말라야 오지에 학교를 짓는 일이었다. 차가 들어갈 길도 없는 오지 중의 오지 팡보체를 택한 건, 그의 첫 원정에서 추락사한 셰르파 술딤 도르지가 살던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1986년 그와 함께 장비와 식량을 지고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던 셰르파가 1,000m 절벽 아래로 떨어져 크레바스 속으로 추락한 그날의 공포를 아직도 엄 대장은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하산하던 길, 추락한 셰르파의 선명한 핏자국과 옷, 배낭을 발견하고 한참 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이후 엄홍길은 셰르파 가족을 위해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후 원정에 나설 때마다 적은 돈이지만 술딤의 아내에게 생활비와 애들 학비를 보태주곤 했어요. 술딤은 자신의 고향에 학교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늘 가슴 아파했어요. 그래서 사고 직후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학교를 지어주리라 마음먹었어요.”

네팔 야다부 대통령을 접견한 이재후 이사장(왼쪽)과 엄홍길, 라이온스클럽354D지구 김홍주 총재. / 무너질듯 낡은 모습이었던 타르푸의 학교.

다짐은 현실이 되었다. 2009년 봄 기공식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 첫 번째 휴먼스쿨을 팡보체에 지었다. 왜 팡보체에 짓기로 했을까, 하고 후회할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히말라야 현지인들은 자동차도 들어갈 수 없는 4,000m 고지대에 학교를 짓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미 세계 여러 구호 단체에서 수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엄홍길휴먼재단은 공사 시작 1년 만에 4개의 교실과 강당 1개, 그리고 도서실을 비롯해 화장실, 식수대, 양호실을  갖춘 건평 260㎡에 200㎡의 운동장도 딸린 학교를 완공했다.

엄홍길휴먼재단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전홍씨는 “그때 너무 힘들었다”며 손사래를 친다. 네팔 현지에 있는 한국 사람에게 학교 공사를 위탁했는데 믿음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도로가 없으니 자재를 다 헬기로 날라야 했고 포크레인 같은 장비가 못 들어가니 사람 손으로 평탄작업을 해야 했다. 건물 짓는 공사비와 자재를 운반하는 운송비가 똑같이 들었을 정도였다.

중간에 자재가 부족하게 되면 3~4일씩 공사가 중단되었다. 작은 부품 하나를 구하려 해도 3박 4일을 걸어서 산을 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5월 준공식을 치렀다. 비용은 대부분 개인과 단체 회원들의 후원금을 십시일반 모아 마련했다. 학교를 지은 것 외에도 교사 2명의 급여를 매달 재단에서 주고 있으며, 학용품 지원, 의료용품 지원, 비정기 의료봉사지원 등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진정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의 장소로 만들고 있다”고 전홍 총무이사는 설명한다. 엄 대장은 팡보체 휴먼스쿨 같은 학교를 계속해서 짓겠다고 한다.

 “건물만 지었다고 학교가 아니니, 책걸상도 들여놓고 제대로 된 선생도 모셔야 되고 사후관리도 해야 했습니다. 열악한 보건 위생시설도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 봐줘야 하고, 작은 상처 하나도 진료를 못 받아 평생 안고 가는 것이 가슴 아파서 기본적인 의료시설도 해주었죠. 히말라야 8,000m 16개를 올랐으니 히말라야에 16개 학교를 짓는 게 좋겠다 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저는 휴먼재단에 완전히 올인하고 있어요.”

신축한 학교의 놀이시설을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 위태로웠던 타르푸 학교가 깔끔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팡보체 휴먼스쿨의 기공식을 하던 날, 그는 행사를 마치고 강당에서 차를 마시던 중 우연히 다리를 절며 차를 나르는 한 아가씨를 보게 되었다. 아가씨의 이름은 밍마 참지(20). 사연을 물으니 높은 언덕에서 떨어진 그녀는 골반에 금이 갔는데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밍마 참지의 꿈은 가난한 고향마을의 아이들을 돌보고 아픈 노인들을 보살피는 간호사였다. 엄 대장은 그녀를 현지 병원에 데려갔다. 

 “네팔 병원에 가서 X레이를 찍었는데 수술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X레이 필름을 한국으로 가져와 알아보았더니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어요. 그녀를 한국으로 데리고 와서 수술을 시키고 재활을 하는 도중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간호사 자격증을 딴 그녀는 지금 팡보체 휴먼스쿨 양호실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살고 있지요.”

집집마다 염소를 주어 가난 떨치도록 도와
두 번째 휴먼스쿨은 카트만두에서 서북쪽으로 95km 떨어진 타르푸마을이다. 이곳은 네팔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주민들은 계단식 밭농사를 주업으로 하는데 빈곤에 시달린다고 한다. 1차 때 현지 한국인에게 공사를 맡기기 힘든 부분이 있어, 이번엔 한 명이 네팔에 상주하며 공사를 지휘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책을 맡은 이는 홍순덕 네팔 지부장이다. 건설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네팔 스타일처럼 공사를 지연시키는 일 없이 단기간에 학교를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타르푸 학교는 지난 2월에 완공해 준공식을 가졌다. 1차 때와 달리 한국라이온스클럽 354D지구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완성했다. 타르푸마을은 도로는 있었지만 비포장 낭떠러지 산길을 가야 하고 비가 오면 차량 통행이 금지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전 총무이사의 말을 빌면 “사람 사는 집이 거의 외양간 수준”이며 준공식 때 차를 타고 마을로 들어갈 때는 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봉사를 목숨 걸고 한다”고 할 정도로 길이 위험했다. 길 아래 벼랑 중턱에 걸린, 추락한 버스의 잔해에 간담이 서늘해졌다고 한다.

치료를 못 받아 평생을 불구로 살 뻔했던 팡보체 아가씨 밍마 참지를 한국에 초청, 치료를 받게 했다.휴먼재단의 네팔 지부장인 홍순덕씨. / 그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타르푸 학교를 단기간에 완공할 수 있었다.

학교는 2층 구조로 총 부지면적 1,300㎡에 교실, 도서관, 컴퓨터실, 보건소를 겸한 양호실, 교무실, 마을회관, 화장실, 급수시설, 놀이터 등으로 만들어졌다. 인근에는 3개 마을, 290가구, 1,600여 명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땡큐 코리아”를 외쳤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마을이라 학교시설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라이온스클럽 354D지구 회원들의 도움으로 도서실에는 800권의 책을 구비했다. 컴퓨터도 갖추었으며 약품, 책걸상, 집기시설 일체를 지원해 향후 학교가 운영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했다.

마을 대표는 “고맙고, 고맙다. 고맙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우리 마을에 이런 학교가 생길지는 상상도 못 했다. 더구나 컴퓨터실과 장비는 아이들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라이온스클럽회원들은  집집마다 염소를 한 마리씩 나누어 주었다. 이들이 바로 팔거나 잡아먹지 않도록, 염소가 새끼를 낳으면 다른 마을에 그 새끼를 전달하는 것으로 빚을 갚도록 했다.

준공식에 참석한 라이온스클럽 354D지구 김홍주 총재는 “지난해 기공식에 왔을 때에 비하면 천지가 개벽한 것 같다. 잘 지어져서 좋고 감개무량하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네팔 오지 학교 건립을 위해 더 힘쓰겠다”고 밝혔다. 엄홍길 재단 상임이사는 “이런 오지에 학교가 지어진 건 참으로 놀랄 만한 일이다. 쓰러지기 직전이었던 학교를 이런 번듯한 학교로 만들어 보람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인식 재단 고문은 “어린이들을 위한 배움의 공간이 네팔을 중진국으로 이끌어 갈 밑거름”이라며 “여기서 네팔의 미래를 밝게 할 특출한 인재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차로 지었던 팡보체 학교에 컴퓨터를 기증했다. / 라이온스클럽354D지구와 엄홍길휴먼재단에서 마련한 물품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네팔 정부 공보장관은 “한국도 근면과 자주협동 정신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오지까지 와서 도와주는 게 보통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단체에서 하는 일은 네팔 정부에서 잘 협조하겠다. 마을 사람들이 받은 염소 220마리를 네팔 새마을운동의 시초로 삼겠다. 잘 사는 마을이 되도록 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엄 대장과 전홍 총무이사는 타르푸 학교의 일등공신으로 홍순덕 네팔 지부장을 꼽았다. 홍씨는 열악한 현지인들의 집에서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며 공사를 강력하게 추진, 여러 가지 어려움을 딛고 완공했다고 한다. 홍순덕 지부장은 “내가 여기서 고생하는 것은 괜찮다. 이곳 아이들의 미래와 네팔의 미래를 돕는다는 생각에 보람되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런 노력에 감동한 네팔 정부는 타르푸 학교 준공식 참가차 네팔에 온 재단 관계자들을 대통령궁으로 불러들였다. 람바란 야다부 대통령과 엄홍길휴먼재단의 이재후 이사장, 엄홍길 상임이사, 한국라이온스클럽354D지구 김홍주 총재의 접견이 이루어졌다. 람바란 야다부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주어서 너무 고맙다. 네팔 정부에서 행정적으로 협조할 일은 항상 돕겠다”고 말했고 엄 대장은 “히말라야 8,000m 16개 봉우리를 성공했듯이 앞으로 히말라야 오지에 16개 학교 건립을 목표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휴먼재단의 이런 활동이 소문이 나면서 봉사에 뜻있는 단체의 도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선생님들끼리 봉사하는 모임에서 동참 의사를 밝혀 엄 대장과 함께 타르푸 학교를 찾았다. 이들은 현지 선생님들에게 과목별로 교육방법을 가르쳐 주고 의료봉사를 했다.

현재 엄홍길휴먼재단은 네팔 남부 룸비니에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의 후원으로 세 번째 학교를 짓기 위해 준비 중이다. 800여 회원들이 매달 회비를 내고 있으며, 기업과 단체에서 학교를 짓고 운영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엄홍길휴먼재단의 휴머니즘이 국경과 산을 넘어 네팔 어린이들을 위한 반석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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