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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황대연]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1>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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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0 13:10

산객의 고산등반 이야기

- 일곱 번째 -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산

Mt. Kilimanjaro

 

산악인 황대연

 

등반일자 2019. 01. 09 ~ 01. 20 

킬리만자로, Day 1.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있다. 2030년까지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풍경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몇 년 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기후변화 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이다. 1912년 측정 당시에 비해 90%가 녹아 사라졌다고 한다. 실제 최근 킬리만자로 정상 사진을 보면 눈은 온데간데없고 맨살을 드러낸 초라한 모습뿐이다.

킬리만자로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만년설이 지구온난화로 사라지고 있다니, 서글픈 생각까지 든다. 킬리만자로에 오르는 것은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정상에 오르면 만년설을 직접 보고 만지고 밟으면서, 정말 사라지고 있는지? 그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인지 확인해봐야겠다. 우매한 내가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반의 성패는 짐을 잘 꾸리느냐 못 꾸리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반장비, 상비약, 간식 류, 세면도구, 여벌 옷, 책 등 짐을 꾸리는 데는 노련한 계산이 필요하다. 많아도 안 되고 부족해도 안 된다. 고산에 몇 차례 다녀오다 보니 필요물품을 챙기는 데는 이골이 나서 수월했다. 하지만 준비는 한 달 전부터 했다. 황열병 예방접종을 받고 E비자를 사전에 신청해야하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을 받고, ‘국제공인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를 반드시 지참해야한다. 만약 증명서가 없으면 아프리카국가에 입국할 때 강제예방접종을 받고 면역력이 생길 때까지 최소 일주일간 억류된다고 한다. 예방접종을 받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아무 병원에서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병원이나 국립중앙의료원에 예약을 하고 받아야한다.

E비자 신청도 번거롭다. 탄자니아에서 케냐로 육로 입국할 때 타라케아 국경에서 비자를 신청하면 발급을 거부하며 금전을 갈취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에 케냐정부에서는 E비자를 사전발급 받도록 규정을 바꿨다. 잘한 일이지만, 인적사항에 돌아가신 부모님 성함까지 기재해야하는 점은 의아하다.

어제 오늘 삼시세끼마다 돼지고기 수육이 식탁에 올라왔다. 말은 안 해도 그 뜻을 모를 리 없다. 고산등반을 다녀올 때마다 비쩍 말라오는 것을 보고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공항에 들어서니 시간여유가 있었다. 북 스토어에 들렸다. ‘소확행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무라카미 하루키의 반딧불이가 눈에 들어왔다.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이어서 오며가며 틈나는 대로 읽기에 좋을 듯하다. 때마침 별별클럽 문우들의 글이 메일로 도착했다. 서둘러 다운받아 놓았다.

대원 16명 모두 모였다. 모두 고산 마니아들이다. 제주에서 3, 진주에서 2, 울산에서 2, 대구, 안성, 부천, 서울 등 전국 각지에 계신 분들이다. 연령별로도 다양하다. 701, 604, 508, 402010대도 각 1명씩이다. 안성 하 교수와도 반갑게 만났다. 하 교수는 지난 20175월 에베레스트에 동행했던 분이다.

, 이제 출발이다.

 

킬리만자로, Day 2. 

<주요구간>

인천국제공항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 에티오피아 볼레국제공항Ethiopia Bole International Airport ~ 탄자니아 킬리만자로국제공항Tanzania Kilimanjaro International Airport ~ 모시Moshi

1, 에티오피아항공은 인천공항을 이륙했다. 긴 비행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걱정이 앞섰다. 책부터 펼쳤다. ‘반딧불이단편 한 편을 읽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모니터를 켰다. 잠이 오면 그대로 자도 되는 가벼운 영화가 없을까? 아프리카영화를 켜니 모두 동물의 왕국 일색이다. 동물들이 서로 물어뜯고 물리는 약육강식의 세계뿐이다. 이리저리 돌려봤다.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영화가 있다. 오래된 뮤지컬영화이지만 가볍게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얼마 전 스윙키즈영화를 본 적이 있으나 영화가 무거웠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우산을 돌리며 탭댄스를 추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압권이었다.

좌석에 꼬박 앉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기내식이 나오면 먹고 그 사이사이에 자다 깨다를 거듭할 뿐이다. 꼼짝 않고 먹고 자고 또 먹고 자다보니 사육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시간이 멈춰있는 것은 아니다시간은 어둠을 타고 하늘을 날며 흘러갔다결국 아침을 맞이했다.

킬리만자로국제공항 청사 

12시간 30분의 긴 비행 끝에 에티오피아 볼레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시차 6시간으로 국내시간은 오후 130, 현지시간은 오전 730분이다. 볼레국제공항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인근 볼레지역에 있는 공항이다.

공항 대합실에서 3시간여를 기다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행 비행기로 갈아탔다. 킬리만자로공항까지는 2시간정도가 걸렸다. 킬리만자로공항에 내려서자, 푹푹 찐다. 25~ 30도의 한여름 날씨이다. 공항 천장에는 커다란 선풍기가 윙윙대며 돌아가고 있다. 쉼 없이 날갯짓을 해서 일까, 선풍기 바람은 뜨뜻했다. 아프리카에 왔다는 실감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현지인 메인가이드가 마중 나와 있다. 그의 이름은 실바누스Sylvanus, 나이는 39살이다. 흑진주같이 검은 피부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눈매가 부리부리하다. 산악인의 풍미가 느껴졌다. 그는 킬리만자로 정상에 87회 올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25인승 준중형버스로 1시간여를 달려 모시에 이르렀다. 모시는 커피의 고장으로 유명한 탄자니아의 작은 도시이다. 모시의 호텔은 정원이었다. 1층 또는 2층 건물에 야자수 등 수십 종의 나무와 분수가 어우러져있다. 새들도 날아와 지저귀었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된다. 앞으로 6일 동안 필요한 짐을 별도로 분류해 놓고, 나머지 짐은 이곳에 보관해 놓았다가 하산 시 찾기로 했다.

킬리만자로에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온종일 기다림과 이동, 또다시 기다림과 이동의 반복이다. 거듭되는 기다림과 이동에 벌써 심신은 지쳐가고 있다.

 

킬리만자로, Day 3.

 

<주요구간>

모시Moshi ~ 마랑구게이트Marangu gate 1,879m ~ 만다라산장Mandara Hut 2,720m

<도상거리>

마랑구게이트 ~ 만다라산장 8.2km

이른 아침, 마지막 샤워를 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고, 해발 2,720m까지 오르므로 더 이상 물을 몸에 댈 수 없다.

마랑구게이트까지는 버스로 이동한다. 얼마를 달렸을까, 차창 밖으로 커다란 나무가 수려한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높이가 20m나 되고 둘레도 10m나 된다. 수령은 1,000년에서 5,000년에 달한다고 한다. 아프리카 열대 사바나초원의 상징인 바오바브Baobab 나무이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나무가 바로 이 나무이다.

길가에는 해바라기와 옥수수 밭이 끝없이 펼쳐져있다. 바나나나무도 곳곳에 있다. 버스는 마을길을 벗어나 산길에 접어든다. 점점 고도를 높이며 굽이굽이 오른다.

마랑구게이트에 있는 킬리만자로 국립공원관리소에 입산신고를 했다입산료는 1인당 800달러한화 약 90만 원 정도이다메인가이드 1보조가이드 7포터 34주방요원 5명 등 총 47명의 스텝을 배정받았다대원 16명과 스텝 47명을 합하여 총 63명으로 팀이 구성되었다지금부터 63명의 대인원이 정상등정이라는 단일목표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한다.

마랑구게이트

포터가 많은 것은 1인당 15kg 이내의 짐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네팔에서도 15kg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비용을 더 지불하면 더 많은 짐을 날라다 주었다. 이곳은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다. 자국민 보호와 일자리 창출 면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입산허가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잠시 쉬고 있었다. 현지 젊은 남성들이 대원들을 따라다니며 모자. 팔찌, 티셔츠 등 기념품을 사라고 한다. ‘뽈레 뽈레 킬리만자로pole pole Kilimanjaro’가 인쇄된 등산모자가 5달러이다. 그리 비싸지 않기에 덥석 샀다. 알고 보니 4달러에 산 대원도 있다. 1달러를 더 준 꼴이지만, 그들을 도와줬다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웠다. 모자를 판 남성은 고맙다는 뜻으로 아산떼, 아산떼를 연발하더니, 쓰고 있던 모자를 기념으로 달라고 하였다. 어차피 새로 산 모자를 쓸 생각이어서 쓰고 있던 모자를 흔쾌히 벗어주었다.

정오, 등반이 시작되었다. 시작에 앞서 최 팀장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서 준비체조부터 했다. 최 팀장은 무조건 천천히 가야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고산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바로 천천히이다.

천천히의 현지 스와힐리어는 뽈레pole’이다. 모자에 인쇄된 바로 그 글자이다. 이를 다짐하기위해 큰 소리로 외쳤다. “뽈레, 뽈레

등산로 입구에는 3개의 기념비가 나란히 서있다. 기념비는 1889년 킬리만자로에 최초로 오른 독일인 한스 메이어Hans meyer의 안면부조상이 중앙에, 탄자니아인 셰르파 요하네 라우우Yohane lauwo의 안면부조상이 좌측에, 우측에는 포터 6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잠시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경의를 표했다.

등산로는 완만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잘 닦여있다. 주변 숲은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 두툼하게 붙어 축축 늘어져 있는 이끼가 열대우림의 정취를 더해주었다열대우림 속에서 ”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자그마한 원숭이들이 다람쥐처럼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며 우리 대원들을 반겨주었다. “”, “뾰르르뾰르르”, “찌르르찌르르” 다양한 새소리가 영롱하게 들려왔다.

킬리만자로 초등 기념비

계곡을 가로지르는 곳엔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작은 폭포도 있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돌로 단을 만들어놓고 방향과 시간 또는 거리가 표시된 이정석도 간간이 있다. 날씨도 쾌청하고 기온이 영상 10도 정도여서 산행하기도 좋고 발걸음도 가볍다.

산행 중 마주치는 사람들과 잠보, 잠보인사말을 건네며 나아갔다. ‘잠보Jambo’라는 말은 현지 스와힐리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네팔지역에서 나마스테라며 인사를 나누던 생각이 떠올랐다.

다양한 열대우림의 정취

만다라산장

만다라산장에 이르렀다. 마랑구게이트에서 거리는 8km밖에 되지 않지만 시간은 5시간이 소요되었다. 국내산행과는 차원이 다르기에 빨리 걸을 수도 없고 빨리 걸어서도 안 된다. 천천히 뽈레, 뽈레걷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답답했다. 마음은 벌써 정상에 가있는데 몸은 거북이걸음, 아니 달팽이걸음이다. 빨리 걷고 싶어도 메인가이드가 앞에서 리드하고 뒤에는 최 팀장이 있기에 대열을 이탈할 수도 없다.

산장에 이르러 물티슈로 고양이 세수부터 했다. 천천히 걷는 것도 고양이 세수도 고산증 때문이다. 이 시간 이후 하산 시까지 고산증을 예방하기위해 물은 절대 몸에 대어서는 안 된다. 물티슈 하나로 버텨야만 한다.

우연인지 마랑구게이트의 고도가 한라산 높이와 비슷하고 만다라산장의 고도가 백두산 높이와 비슷하다. 산장은 직삼각형 건물 20여 동이 자리하고 있다. 각 동마다 태양광발전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조명이 흐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에는 언감생심이다. 방 하나에 10여개의 나무 침대가 이층으로 들어서있다. 피곤하면 코를 고는 습성이 있기에, 대원들의 잠을 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최 팀장과 함께 중앙에 있는 방에 자리를 잡았다. 좌우측 방은 아늑하지만 중앙 방은 문 앞에 있어 서늘하다. 좌우측 방에서 밤에 화장실 가느라 들락거려 문 여닫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수면제 한 알을 먹었으나 자다 깨다를 거듭했다.

 

킬리만자로, Day 4.

<주요구간>

만다라산장Mandara Hut 2,720m ~ 호롬보산장Horombo Hut 3,720m

<도상거리> 11.7km

오늘은 6, 7, 8 법칙으로 움직인다. 6시 기상, 7시 식사, 8시 출발이다. 침낭에서 일어나자마자, 주방요원이 커피를 가지고 왔다. 아침식사는 밀레 포리지Millet porridge’가 나왔다. 수수, 기장, 조 등 곡물을 빻아 물과 우유를 섞어 끓인 죽이다. 소화 흡수도 잘되고 현지인들이 건강식으로 즐겨먹는 음식이라 한다.

길을 나섰다. 어느새 열대우림은 사라지고 키 작은 나무들과 야생화가 초원에 가득하다. 날씨도 영상 5도 정도로 포근하고 쾌청하다. 산행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고도를 높일수록 기온이 조금씩 떨어지므로 거기에 맞게 조금 더 두꺼운 셔츠나 방풍재킷을 걸치기만하면 된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다양한 야생화가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멀리 우측에 마웬지피크가, 좌측에 우후르피크가 얼굴을 내밀었다. 마웬지피크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이 골산의 위용을 뽐내며 서있다. 마치 우락부락한 근육질 남성을 보는 듯하다정상인 우후르피크는 8부 능선 위 일부에 지도처럼 만년설이 쌓여있다만년설은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시도록 반짝였다하지만 왠지 애잔하고 허전하게 보인다.


초원에 핀 각종 야생화

골산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마웬지피크

포터들이 곁을 스쳐 지나간다. 무거운 짐을 지고 성큼성큼 나아간다. 이곳 포터들의 짐 나르는 모습은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 짐 하나를 등에 지고 또 하나를 머리에 이고 간다. 머리에 인 짐은 손으로 잡지도 않는다.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보는 사람이 아슬아슬하다. 옛날 우리 어머니가 생각났다. 어머니는 장에 가시거나 참을 나르실 때 머리에 이고 다니셨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짐 나르는 방법은 지게에 지는 것이다. 네팔에서는 끈을 이마에 걸고 등에 짐을 진다. 우리나라와 네팔이곳 포터가 짐을 지는 방법은 이같이 다르다어느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만약 경기를 한다면 누가 더 많은 짐을 더 빨리 나를 수 있을까한번쯤 경기를 해보면 좋겠다라는 쓰잘데 없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포터들의 짐 나르는 모습

뒤를 돌아보니 제주 오 선생의 아들 오 군이 보조가이드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오고 있다. 오 군은 이제 겨우 16, 중학교 졸업반이다. 졸업식 날짜와 겹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이곳에 왔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외국인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오 선생에게 물었다.

아들이 외국어를 할 줄 아나?”

초등학교 때 영어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그 후 안나푸르나에 데리고 갔는데, 외국인과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있더라.”

대단하다. 고산등반에 참여한 것도 대단하지만,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대단하다.”

외국인과 접촉하다보니 어느 순간 말문이 트인 것 같다.”

고등학교는 외국으로 유학 보내라.”

싫다. 데리고 살겠다.”

오 선생은 아들을 데리고 안나푸르나BC와 에베레스트BC에 다녀왔다고 한다. 감동이다. 누가 뭐래도 자식은 이렇게 키워야한다.

쉼터에 이르렀다. 쉼터에는 서너 개의 벤치가 있고 화장실이 있다. 벤치에 앉아 점심으로 준비한 이동식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그때 시커먼 새 두 마리가 날아왔다. 부리가 날카롭고 몸통은 새까만 것이 기름을 발라놓은 듯 반질댔다. 목에 는 하얀 스카프를 두 른 듯 흰줄무늬가 선 명하다. 한 마리가 ~ 대자, 다른 한 마리는 트륵~ 트 륵대었다. 뭔가 말 을 주고받는 것 같았닭튀김 한 조각을 떼어 던져주자 덥석덥석 받아먹었다죽은 동물도 잘 먹는다는 흰목까마귀White necked raven’이다.

흰목까마귀 

쉼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계곡에서 구름이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달려와 초원과 옷깃에 스며들었다. 한 구비 돌아서자 산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아래 계곡에는 자이언트 세네시오 킬리만자리Giant Senecio Kilimanjari’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세네시오의 매혹적인 자태에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50cm의 작은 것부터 4m이상 큰 것까지 지천으로 있다. 세네시오는 해발 3,000m이상 고산에서만 자라며, 이곳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호롬보산장에 이르렀다. 만다라산장에서 거리는 11.7km에 불과하지만 시간은 8시간 가까이 걸렸다. 시속 1.5km 속도이다. 그야말로 뽈레, 뽈레이다.

산장에는 등반 객으로 북적였다. 대부분 서양 사람들이다. 한국 사람도 몇 명 있다. 그러나 중국 사람과 일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가나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중국 사람과 일본 사람인데, 이들은 왜 보이지 않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호롬보산장 - 산장 뒤 멀리 우후르피크가 보인다.

정상에 가는 사람들이 있고 정상에 다녀온 사람들이 섞여있다. 올라가는 사람들과 내려가는 사람들은 표정부터 다르다. 올라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긴장감이 나타나있고 내려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뭔가 밀린 숙제를 마쳤다는 홀가분함이 배어있다.

산장은 만다라산장과 마찬가지이다. 직삼각형의 건물 20여 동이 늘어서있고 건물마다 태양광발전 판이 붙어있다. 방은 좁았다. 2평 정도의 공간에 4사람이 들어가기에는 비좁았다. 다행히 최 팀장이 여유 방을 확보하여 2명이 쓸 수 있었다.

화장실은 넓고 깨끗하게 관리되어있다. 바닥에는 타일까지 깔아놓았다. 대변기는 바닥에 가로 20cm, 세로 30cm 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어놓은 곳도 있고, 양변기를 붙여 놓은 곳도 있다. 소변기는 양변기를 붙여놓았으나 높이가 높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긴 현지인들의 체형에 맞게 설치해 놓은 듯하다. 현지인들에 비해 키가 작은 동양인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곳뿐 아니라 모든 화장실의 구조가 같다. 룸메이트인 하 교수는 소변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대변기를 사용했다며 웃음 지었다.

저녁식사 메뉴는 김치, 된장국, 더덕무침이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공수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저녁 830, 일찌감치 침낭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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